녹음이 우거진 녹음의 계절을 맞아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둘레길과 같은 등산로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맨발걷기 전용 ‘황토길’ 조성이 늘어나면서 안전하고 편리한 맨발걷기가 가능해졌다.
120여 개 지자체가 맨발걷기 활성화 지원에 관한 조례를 통과시켰다. 맨발걷기 대회나 축제도 자주 열린다. 이처럼 ‘맨발보행 열풍’이 분 것은 다양한 건강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맨발걷기는 신발을 신고 걸을 때 덜 자극받은 다리 근육과 신경 감각을 발달시키는 효과가 있다. 맨발로 걸으면 발가락에 힘을 주게 되고 발목과 종아리 근육을 더 많이 사용함으로써 혈액이 심장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을 줘 심장의 부담을 줄여주는 효과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몸의 각 장기와 연결된 혈자리가 발바닥에 모여 있어 적당히 자극하면 장기 주변 혈류량이 증가해 부족한 장기 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인체는 전기를 띠고 있다. 맨발로 걸으면 몸의 전극이 땅과 연결되는 셈이다. 발을 통해 자연의 기운을 듬뿍 받아들일 수 있어 발의 경락이 자극된다.
한의학 김호승 박사(대한약침학회 부회장)는 “맨발보행은 발바닥에 모여 있는 다양한 혈자리 자극뿐만 아니라 모세혈관·근육을 자극해 다양한 건강효과를 준다”고 설명했다.
초록숲 바라보며 심호흡, 뇌 ‘알파파’ 증가, 심신안정
숲 속에서 맨발걷기를 하면 산림치유(Forest Therapy), 즉 심신의 활성화와 스트레스 해소뿐만 아니라 우울증·고혈압·아토피성피부염·주의력결핍·화병 등 다양한 몸과 정신과 마음의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초록 나뭇잎이 우거진 숲은 피톤치드, 음이온, 산소 등 흡입물질과 경관, 소리, 햇빛, 물 등 다양한 요소의 종합적인 기능으로 심신 안정과 질병 치유 효과를 발휘한다.
피톤치드는 편백나무 구상나무 전나무 등으로 다른 나무보다 많이 내뿜는 건강물질(주성분 테르펜유기화합물)이다. 흡입하면 심신의 쾌적감을 주고 피로회복을 촉진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 음이온은 혈압 강하와 심신 안정에 도움을 준다. 산소는 신진대사와 뇌 활동을 촉진한다.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숲속에서 사람이 건강해지는 것은 경관과 햇빛, 피톤치드, 음이온, 소리 등 산림이 가진 치유인자 덕분”이라며 “초록이 우거진 산림경관을 바라보며 심호흡하면 마음이 안정될 때 나타나는 뇌파인 알파파가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아름다운 숲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신 안정에 효과적이다. 녹시율(녹시율)이 높을수록 정서적 안정감이 증가한다. 바람소리, 나뭇잎소리, 계곡물소리 등 자연의 원음은 쾌적함과 편안함을 제공한다. 나뭇잎이 필터 역할을 한 간접태양광은 자외선을 피하면서 비타민D를 합성하는 데 기여하고 세로토닌을 잘 분비해 활력과 생기를 준다.
면역기능 향상에 고혈압, 우울증, 스트레스 해소까지
맨발은 작은 돌이나 유리 파편, 나무 가시 같은 것에 상처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 상계백병원 족부족관절센터 배소영 교수(정형외과)는 “과도한 맨발걷기가 족부 및 족관절 부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특히 외부 자극에 의한 통각 기능이 떨어져 있는 당뇨병 환자의 맨발걷기는 상처로 인한 감염으로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숲 속을 15분 정도만 산책하며 경관을 바라보면 스트레스 호르몬, 심장 박동, 혈압 등이 상당히 낮아진다. 이틀 정도 머물면 면역세포인 NK세포의 활성도가 높아져 도시로 돌아온 지 한 달이 지나도 숲으로 가기 전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을 유지한다. 한 달에 1~2회 정도, 하루 이틀 정도 숲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매우 유익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인제대 의대와 국립산림과학원이 우울증 환자 27명을 대상으로 4주간 산림치유를 실시한 결과 우울증 상태가 크게 호전돼 삶의 질이 향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과 서울성모병원이 사회적기업 종사자 32명을 대상으로 3일간의 산림치유 프로그램을 적용한 결과 각종 질병의 원인인 스트레스 수치가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또 산림청이 33명의 고혈압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숲에서의 혈압이 평균 9.6Hg(수축기)4.5Hg(확장기) 떨어졌다. 소아 아토피 환자의 경우 아토피 진단 척도가 11.9에서 4.9로 평균 7점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