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선아>지금 이 순간 핫한 해외 뉴스, 중간 유통 과정을 제외하고 산지 직송으로 전해드릴 시간이죠. 앉아서 세계 속으로. 오늘 박수정 PD가 뉴욕타임스 1979년 기사를 들고 왔네요.
◆ 박수정>무서운 흥행기록을 세우고 있는 영화
와 관련된 뉴스입니다. 이 영화에 한국인만 나오는 게 아니에요. 한미연합사령관, 그리고 주한미국대사처럼 미국인도 등장합니다. 그래서 12·12 군사 반란 당시 미국에서는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미국 언론을 살펴봤습니다.
◆ 조석영>한국은 그때 권위주의 정부였잖아요. 그래서 언론 통제가 있었는데 외신에 대해서는 그럴 수 없으니까 훨씬 자유롭게 보도할 수 있었던 거죠.
◆ 박수정>뉴욕타임스 1979년 11월 4일자 신문을 살펴봤습니다. 11월 3일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장례식이 거행된 날이기 때문에 그 다음날 발행된 신문입니다. 이 기사에 ‘정두환’이라는 이름이 등장합니다. “불안에 빠진 대한민국 군대가 맞이할 다음 전투는 정치적 전투가 될 것이다”라는 제목의 기사입니다. 그동안 한국군이 겪은 한국전쟁과 베트남전쟁, 그 다음 전쟁은 적국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군대 내에서 정치적인 전투를 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는 기사입니다.
◇ 최선아>예측이 맞았네요.
◆ 박수정>놀랍게도 당시 전두환 보안사령관에 대해서 취재가 굉장히 잘 되고 있습니다. 기사 내용을 인용해 보면 “정두환은 무례하고 거친 집단에 속해 있어 민주주의에 대해 관대하지 않고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경상도 출신으로 박 전 대통령이 아끼던 군인이다”, 바로 이 전두환 사령관을 중심으로 한 젊은 군인들이 군사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 박수정>박 전 대통령이 사라진 상황에서 미국과 친한 사람이 차기 지도자가 될지 분석하는 맥락에서 나온 예측입니다. 주요 인물들을 계속 분석하고 있어요. 먼저 노재현 당시 국방장관은 미국의 조언을 잘 듣고 미국에 친숙한(warm) 사람이라고 표현합니다.
◆ 조석영>
영화에도 그것을 알 수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 박수정>영화에서 배우 김의선 씨가 연기한 그 국방장관이죠. 또 이성민 씨가 연기한 육군참모총장이자 계엄사령관인 정승화 대장도 미국에 우호적인 사람으로 분류되고 있습니다. 반대로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고 민주주의에도 관대하지 않은 세력으로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분류되고 있는 것입니다.
기사 내용을 인용해 보면 전두환을 주축으로 한 젊은 군인들이 나세르 방식의 기습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이들이 나이든 온건파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노재현 국방부 장관이 계엄령 아래 모든 군대를 지휘하고 있고, 전승화 계엄사령관만이 병력 이동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하는데, 쉽게 말하면 전두환 사령관이 기습 쿠데타를 할 수도 있지만 더 권한이 많고 미국에 우호적인 국방장관이나 육군참모총장이 그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 조석영>참고로 나세르는 당시 이집트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집권한 대통령으로 매우 인기가 있었습니다. 중동의 중심이 되겠다는 야심도 있을 정도였으니까 한국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미국으로서는 상황이 좀 복잡해지더라고요.
◆ 박수정>과연 한국에서도 제2의 나세르가 나오는지 보자는 의도로 이런 글을 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쨌든 쿠데타 세력이 온건파를 이길 수 없다고 했지만 현실에서는 쿠데타가 성공합니다.
◆ >쿠데타 과정에서 상식적으로 사실 엉뚱한 결정이 났으니까요.
◇ 최선아>쿠데타 전까지의 상황을 그렇게 분석하면서 예측했는데, 그 이후의 상황도 뭔가 기사가 나왔나요?
◆ >쿠데타가 12월 12일이었잖아요. 워싱턴 포스트의 1979년 12월 13일 기사를 보면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미국 국무부는 쿠데타를 막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어젯밤 군부에 한국의 민주적 절차를 방해하려는 어떠한 움직임도 한미 관계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며 1979년 12월 미국 CIA로부터 보고서를 냈습니다. 12, 12를 쿠데타로 규정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 쿠데타로 인한 혼란 때문에 북한이 침략해 올 가능성이 50% 정도 된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최선아>미국에게도 12.12 쿠데타 전후의 한국의 상황이 매우 큰 관심사였음을 확인할 수 있겠네요. 지금까지 박수정 PD, 조석영 PD와 함께 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