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준금리가 예상보다 빨리 내려갈 것이라는 통화정책 ‘완화’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베팅하고 있다. 미국 달러화 가치는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고 금값은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월가에서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내년 1분기로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28일(현지 시간) 달러인덱스(유로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는 전날보다 0.5% 하락한 102.60을 나타냈다.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락이자 3개월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달러인덱스는 이달 들어서만 3% 넘게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금값은 4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날 뉴욕시장에서 금값은 현물 기준으로 전날보다 1.35% 오른 온스당 2040.8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한 달간 기술주 중심의 랠리를 이어오던 뉴욕증시는 3대 지수 모두 소폭 오르며 잠시 쉬는 모습을 보였다.
금융시장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F 연준)의 ‘긴축 종료’ 전망이 급부상한 영향을 받았다. 연준 내 대표적인 매파가 기존 기준금리 인상 의견을 폐기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통상 연준 인사의 비둘기적 발언(통화정책 완화)은 달러 수요 감소와 달러화 약세로 이어진다.
실제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이날 한 행사장에서 “현재 통화정책이 경제과열을 식히고 물가상승률을 2% 목표로 되돌리기에 적절하다는 확신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 3, 4, 5개월 뒤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면 기준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전해지면서 기준금리에 민감한 2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0.1%포인트 하락해 4.753%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도 0.04%포인트 하락한 4.35%까지 떨어졌다. 지난달 10년물 국채 금리가 5%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불과 한 달 새 0.6%포인트 넘게 떨어진 셈이다.
IG 오스트리아 시장 분석가 토니 사이케아모어는 “연준 관계자의 발언이 내년 금리 인하의 문을 열었다. 앞서 10월 초 연준의 신중한 발언과 비교하면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의 시작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1원 오른 1289.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08% 내린 2519.81, 코스닥은 0.73% 오른 822.44로 거래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