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 씨의 재혼 상대였던 정청조(27) 씨가 구속된 채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 대부분은 20~30대 사회초년생으로 정씨는 고급 아파트 등 부를 과시하며 재벌 3세인 척하며 사기행각을 벌여 피해금액만 3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 박명희)는 정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특경법)상 사기, 공문서위조 및 위조 공문서행사, 사문서위조 및 위조 사문서행사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29일 밝혔다.
검찰 수사 결과 정 씨로부터 사기를 당한 피해자는 27명으로 피해금액은 30억7800만원이었다. 피해자들은 정씨와 결혼 계획을 밝힌 남씨가 운영하는 펜싱학원 학부모이거나 재테크 강의를 빌미로 모집한 수강생 등으로 90% 이상이 20~30대 사회초년생이었다. 이 가운데 1억원을 대출받아 매달 200만원 상당의 원리금을 갚아야 하는 추가 피해까지 입은 사례도 있었다.
정씨는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자신을 매물로 내놓는 이수그룹의 숨겨진 후계자, 나스닥 상장사 엔비디아 대주주 등으로 사칭해 피해자를 서울 소재 고급 아파트인 시그니엘로 초대해 빌린 슈퍼카에 태우는 방식으로 현혹된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월세 3500만원에 달하는 시그니엘을 3개월간 단기 임차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는 “미국 모 회사가 상장 예정인데 여기에 투자하라”, “당신에게만 주는 특별한 정보다” 등의 말로 피해자들을 속였다.
또 뉴욕에서 태어나 외국 유명 의과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학력을 속이고 유명 기업인과의 여행담과 승마 등 호화로운 취미생활을 만들어내며 자랑했다. 외부 활동 때는 경호원 45명을 상시 동행했다.
검찰은 여성인 정씨가 남자인 척 할 때 필요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주민등록증을 위조한 것과 회사 용역계약서를 위조해 피해자에게 제시한 점을 고려해 공·사문서를 각각 위조한 혐의도 적용했다.
정씨는 남성 행세를 하는 동안 ‘즉석 만남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부유한 20대 여성 행세를 하기도 했다. 교제를 빌미로 임신·결혼비용 명목으로 수 억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이날 정씨 경호원이나 수행비서 행세를 한 A씨도 공범으로 구속기소했다. A씨는 그동안 자신도 “정씨로부터 사기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수사 결과 정씨의 사기자금 21억원을 송금해 관리하고 슈퍼카와 시그니엘 레지던스를 자신의 명의로 임차해 정씨에게 제공하는 등 범행의 핵심 역할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자신 명의의 신용카드를 가입비 1000만원인 ‘블랙카드’로 보이도록 ‘포장’해 정씨에게 건넸고 피해금액 중 2억원을 챙기기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편 정씨 공범 혐의를 받고 있는 남씨에 대해서도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경찰과 협의해 공범·여죄 관련 수사를 면밀히 진행하고 범죄 수익은 끝까지 추적해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