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는 전업주부를 비롯해 혼자 사는 사람들에게까지 유용하다. 미생물 번식 속도가 느린 냉동실은 바로 먹지 않는 음식을 오래 보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적정 보관 기간을 지키지 않으면 품질이 떨어진다. 어떤 음식이든 지켜주는 만능의 열쇠 같았던 냉동실, 현명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식품별 냉동 보존기간 다르다…쇠고기·닭은 1년까지, 해산물은 2~3개월
냉동 보관은 음식마다 지켜야 하는 기간이 있다. 권장 기간이 임박했거나 지나면 음식의 신선도를 비롯한 영양소가 파괴될 가능성이 높다. 식약처에 따르면 익히지 않은 쇠고기는 1년까지, 익힌 쇠고기는 2~3개월 냉동 보관하는 것이 권장된다. 돼지고기는 쇠고기보다 수분 함량이 높고 보관 기간이 짧다. 냉동 시 6개월 이내에 먹는 것이 좋다.
익지 않은 닭은 1년까지 냉동실에 둘 수 있다. 다만 익히지 않더라도 부위별로 절단된 닭은 3~4개월 보관하는 것이 좋다. 절단된 생선은 1개월, 익지 않은 생선과 해산물은 2~3개월 냉동실에 보관할 수 있다. 베이컨 햄 소시지 핫도그 등 가공식품은 12개월 냉동 보관하면 된다.
‘냉동상’ 피하려면 밀봉 필수…장기 보관해야 할 음식은 깊숙히 넣는다
냉장보관 기간을 준수하더라도 밀봉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냉동상(Freezer burn)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냉동바닥이란 음식이 냉동실에 있는 산소와 닿아 영양소가 파괴되거나 음식 고유의 수분이 날아가는 현상이다.
그 결과 음식의 맛과 풍미뿐만 아니라 조직감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냉동 보관을 할 때는 먹을 만큼 소분한 뒤 랩이나 봉지 등으로 단단히 싸야 한다. 큰 통에 넣고 냉동과 해동을 반복하면 음식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육류, 어패류 등 장기간 보관해야 하는 음식도 깊숙히 넣는 것이 좋다. 냉동실 바깥쪽은 문을 열고 온도 변화가 크다.
샐러드용 채소·유제품 등은 냉동보관 금지…바지락·바나나·시금치는 냉동보관에 도움이 되고
냉동보관 자체를 멀리해야 하는 음식도 있다. 양배추, 양상추, 셀러리 등 샐러드용 채소의 냉동 보관 시 수분이 날아가 식감이 달라질 수 있다. 유제품도 마찬가지다. 크림, 요구르트는 냉동 보관 시 단백질이 굳거나 층이 분리되는 현상이 일어나 본연의 맛이 감소한다. 식감이 부드러운 크림치즈 등은 얼리면 쉽게 푸석푸석해진다. 캔 제품도 냉장 보관 시 용기가 팽창해 폭발할 위험이 있다.
이와 달리 바지락은 냉동 보관하면 오히려 건강에 좋다. 바지락에는 오르니틴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다. 이 성분은 냉장 온도에서 서서히 얼리면 약 8배까지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다만 일반 가정의 냉동실 온도가 보통 영하 18~22도인 점을 고려하면 바지락을 지퍼팩 등에 넣은 뒤 신문지에 싸서 냉동실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좋다.
오래된 바나나도 냉동 보관하면 영양성분을 지킬 수 있다. 상온에 두고 검은 점이 생긴 바나나는 당도가 높고 노화방지 효과가 있는 폴리페놀 성분이 풍부한 상태다. 이 시기가 지나면 폴리페놀의 활성도가 떨어지고 검은 점이 생기면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시금치도 냉동 보관 시 냉장, 상온 보관했을 때보다 비타민C 손실이 적었다는 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California)의 연구 결과가 있다.
<3줄 요약>
절단된 닭(3~4개월), 해산물(1~3개월) 등 보관기간을 지켜 가급적 빨리 먹을 것
냉장보관기간 지키더라도 밀봉해야 품질 달라지는 ‘냉동 상처’ 예방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 유제품은 냉동 보관 가능한 피하고 바지락·시금치 등은 냉동 보관 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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