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위치한 한 토스트 가게는 잇따라 들어오는 배달 주문에도 울상을 짓고 있다. 배달의민족으로부터 1만원어치 주문을 받을 경우 주문중개이용료·배달요금·결제수수료를 빼고 남은 금액이 5292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판매금액의 절반가량을 이용수수료로 떼이는 셈이다.
19일 IT·외식업계에 따르면 음식배달 시장의 60% 이상을 점유한 배달의민족이 지난 1월 내놓은 ‘배달의민족 1플러스(배달의민족 배달알뜰·한채)’ 상품에 가입한 업주들의 불만이 폭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은 사업주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에 비례해 배달의민족에게 지급하는 수수료가 많아지는 ‘정률제’ 기반이다. 외식업주들은 “주문 건수와 매출이 늘면 그만큼 수수료가 증가하는 데다 업주가 내는 배달요금도 높아졌다”고 비판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 형제들’은 고객 원성에도 이익 극대화 전략을 추진하는 모양새다. 이를 두고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가 막대한 투자금 회수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1월 요금제를 개편하면서 자체 배달은 ‘배달의민족 배달’로, 대행사를 이용한 배달은 ‘가게 배달’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소비자가 이용하는 ‘배달의민족 배달(한 채·알뜰 배달)’은 사업주에게는 ‘배달의민족 1플러스’ 상품이다. ‘가게 배달’은 사업주가 ‘울트라콜’이나 ‘오픈리스트’ 상품에 가입해 광고로 가게를 노출한다.
기존 대다수 소상공인이 선호하던 울트라콜(깃발 광고비) 상품은 배달의민족에 고정된 광고비만 내면 된다. 그러나 새로 나온 ‘배달의민족 배달(업주 상품명 배달의민족 1플러스)’은 업주의 매출이 늘어날수록 이에 비례해 배달의민족에게 지급해야 할 수수료가 많아진다. 정률제 상품이기 때문이다.
사업주는 배달의민족에게 주문 중개 이용료로 음식값 6.8%(세금 포함 7.48%)를 내야 한다. 또 ‘배달의민족 1플러스’ 상품으로 사업주가 배달의민족에게 지급하는 배달요금은 지역에 따라 2500~3300원(부가세 별도)에 달한다. 여기에 결제수수료 1.5~3%(부가세 별도)도 사업주 부담으로 작용한다.
예를 들어 ‘배달의민족 배달’로 1만원어치 주문이 들어오면 점주가 배달의민족에게 내는 배달의민족 1플러스 상품 이용요금은 중개이용료 680원, 배달요금 3300원(서울 기준), 결제수수료 300원 등을 합한 4280원에 부가가치세 10%를 더한 4708원이 된다.
자영업자들은 “매출이 늘어날수록 배달의민족이 많이 가져가는 구조”라며 부담을 호소한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측은 “다양한 상품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며 “정액제 상품도 선택 가능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존 ‘울트라콜’ 상품으로 고정비를 지출해온 많은 사업주들은 이번 요금 개편 이후 기존 방식(가게 배달) 주문이 급격히 줄었다고 주장한다. 배달의민족이 배달의민족 배달(한 집 배달절약 배달)을 유독 눈에 띄게 배치하고 프로모션도 대대적으로 진행하는 만큼 가게 배달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사업주 측은 결국 어쩔 수 없이 신상품에 가입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으앙형제 2022년 영업이익 4241억원…3년만에 흑자전환
배민정률제 요금체계 도입은 이전에도 진행된 바 있다. 배달의민족은 2020년 4월 5.8%의 수수료를 받는 요금 체계인 ‘오픈 서비스’를 도입하려 했다. 하지만 업주들이 반발하고 정치권까지 비판에 나서자 이를 백지화했다.
당시 소상공인연합회는 “금액 제한이 있는 정액제와 비교해 매출 규모에 따라 수수료가 기하급수로 증가하는 정률제는 소상공인에게 큰 부담”이라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장도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 뒤 배달의민족 수수료가 인상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배달의민족은 2021년 6월 단건 배달 서비스 ‘배달의민족1’을 도입해 프로모션으로 건당 1000원만 받던 중개수수료를 2022년 3월 프로모션 중단과 함께 중개수수료 6.8% 정률제로 개편했다. 배달비(업주고객 분담)도 6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우아한형제들은 ‘배민1’ 수수료를 정률제로 개편한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4241억원을 거두며 3년 만에 흑자전환했다. 국내 택배 1위 대기업 CJ대한통운의 영업이익 4118억원보다 많은 수준이다.
우아한형제들 측은 배달의민족 수수료율(배달의민족 1플러스 상품)이 국내 주요 3사 중 가장 낮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수료는 부가세별 기준 배달의민족 6.8%, 쿠팡 9.8%, 요기요 12.5% 등이다. 하지만 배달의민족이 시장의 약 3분의 2 규모를 지배하고 있는 만큼 업주들은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의 영향이 막대하다는 입장이다. 한 사업주는 “배달의민족·쿠팡·요기요 등 3개사를 모두 이용하고 있는데 배달의민족을 통한 매출이 70% 이상”이라고 말했다.
독일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 투자금 회수에 나설지 주목
우아한형제들의 모기업은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DH)다. 딜리버리히어로는 2019년 말 우아한형제들의 기업가치를 40억달러(약 4조7500억원)로 평가하고 87%의 지분을 인수해 요기요를 매각했다. 우아한형제들은 2019~2021년 3년 연속 연결기준 적자로 2022년 42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낸 데 이어 지난해 더 많은 이익을 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최근 업계에서는 딜리버리히어로가 조만간 우아한형제들의 막대한 투자금 회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