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시절 골키퍼로 K리그 무대에 섰던 이상기 QMIT 대표(가운데)는 은퇴 후 IT 사업가로 변신해 운동선수 후배들의 경기력 향상을 돕고 있다. 이 대표는 엘리트 선수 출신이 운동 이외의 분야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우수 사례다. [사진 QMIT]
스포츠 관련 IT 벤처기업을 운영하는 QMIT의 이상기 대표(37)는 스포츠와 IT업계 모두에서 별종으로 알려져 있다. 축구선수 출신 사업가인 그는 현역 시절 골키퍼로 활약했다. 성균관대를 졸업한 뒤 2010년 성남 일화(현 성남FC)에 입단하며 K리그 무대에 데뷔했다. 이후 상주 상무, 수원 삼성, 수원 FC, 강원 FC, 서울 이랜드 등을 거치며 프로 무대에서 총 8시즌 동안 그라운드를 누볐다. 속칭 스타 플레이어는 아니었지만 경기와 팬서비스에 최선을 다해 소속팀마다 환영을 받았다.
그런 그가 은퇴와 함께 사업가로 변신한 것은 ‘엘리트 선수’였지만 은퇴한 후배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싶어서다. 이상기 대표는 “축구선수로 20년을 살았다. K리그 무대에서 뛴 것만 해도 상위 1%에 해당하는데 더 높은 단계에 오르지 못한 아쉬움이 남았다며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몸과 일정을 관리했다면 내 축구 인생이 어떻게 바뀌었을지 궁금했다. 바로 그것이 경기력 향상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PLCO·풀코)를 설립한 이유”라고 말했다.
운동에 올인하던 선수 출신이 사업가로 거듭나는 과정은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지난 2018년 회사를 창업한 이후 한동안 맨땅에 헤딩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이 대표는 “다양한 경기력 측정 지표 중 선수들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데이터가 무엇인지, 이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수집하고 분석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했다”면서 “스포츠와 과학이라는 두 영역의 전문가들을 열심히 만났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업의 윤곽을 잡아갔다고 밝혔다.
현재 QMIT는 축구를 비롯한 다양한 종목의 운동선수 컨디션과 신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회사로 거듭났다. 이 대표를 비롯해 4명으로 시작한 회사 규모는 어느덧 직원 40명 수준으로 커졌다. 서비스 영역도 국내를 넘어 호주·일본·동남아 등 해외까지 확대됐다.
그러나 이 대표는 특이한 경우에 속한다. 엘리트 선수 출신의 스포츠인들은 운동을 그만둘 경우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국내에서 초등학생 시절 축구를 시작한 엘리트 선수 중 K리그 무대에 진출하는 비율은 1%도 안 된다. 100명 중 나머지 99명은 뭔가 다른 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은퇴 후 지도자 등으로 축구계에 계속 들어가는 경우도 30% 안팎에 불과하다. 축구뿐 아니라 대부분 운동 종목의 상황이 비슷하다.
지난 2022년 시행된 스포츠기본법을 바탕으로 지난해 12월 발표된 제1차 스포츠진흥기본계획은 제2·제3의 이상기를 양성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가대표를 포함한 엘리트 선수들을 위해 과학적·체계적인 훈련시설을 구축하고 효과적인 경기력 향상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이에 그치지 않고 체육인복지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체육인공제사업, 생활안정자금 대여, 취·창업 지원 등을 통해 은퇴 이후의 안정된 삶과 새 출발 기회까지 제공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관련 내용은 올해 상반기 중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하는 제1차 체육인 복지증진 종합계획에서 구체화될 예정이다.
이상기 대표는 “운동에 몰두하는 엘리트 선수들에게는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리고 중간에 운동을 그만두더라도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돕는 투트랙 지원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