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와 소득의 양극화는 자본주의 사회가 감내해야 할 필요악처럼 여겨져 왔다. 특히 2013년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가 저서 ’21세기 자본’을 통해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평등이 지속적으로 심화되고 있다고 주장한 이후 ‘빈익빈익부’가 사회통합을 해치는 최우선 해결과제라는 통념은 더욱 공고해졌다.
그러나 최근 부유국을 중심으로 경제 양극화가 이전에 비해 둔화된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2월 발표된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지니계수(세전소득 기준)는 2022년 0.396을 기록해 2016년 이후 6년 만에 처음으로 0.4를 밑돌았다. 복지정책 효과 등을 반영한 세후소득을 기준으로 하면 지니계수는 2011년 0.388을 기록한 뒤 꾸준히 감소해 2022년 0.324까지 줄었다. 01 사이 지니계수는 하락할수록 불평등이 완화된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고용시장에서 근로자가 줄면서 ‘몸’으로 일하는 ‘블루칼라’ 근로자들의 임금이 오른 반면 AI(인공지능) 등 신기술이 ‘머리’로 일하는 IT 등 고소득 사무직 일자리를 더 빨리 없애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에서는 지난해 7월 기준 연방 최저임금인 시급 7.25달러(약 9500원)를 받는 근로자가 전체 시간제 근로자의 0.1%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저숙련·단순직 근로자조차도 이미 최저임금보다 훨씬 많은 돈을 받고 일하고 있다는 의미다. 전미경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기간 저소득층 근로자들의 소득은 8%가량 급등한 반면 중·고소득자들의 임금은 답보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른바 블루칼라 역습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