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생긴 남자가 나를 보고 미소짓는다. 괜히 얼굴이 빨개졌지만 다가온 남자를 보며 23년간 함께한 남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안면실인증은 흔히 안면인식장애로도 불린다. 시력이나 시각장애가 없는데도 사람의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전 세계 인구 100명 중 2명이 겪을 정도로 흔한 증상이다.
증상으로는 배우자나 자녀 등 가족이나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 동료가 보이지 않게 된다. 안면인식에 국한된 증상이라 얼굴 대신 헤어스타일, 걸음걸이, 옷, 핸드백, 목도리 등으로 특정인을 구별하는 행동을 보이기도 한다.
29일(현지 시간)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아일랜드 더블린에 살고 있는 엘리너 프레그는 함께 살던 남편의 얼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
엘리노어는 “사람들을 만나면 항상 낯설고 어색한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모두가 교복을 입었기 때문에 옷만으로는 사람을 알아볼 수 없어 종종 당황했다”고 전했다.
이어 “사람들을 알아보는 것이 어려워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지 모르는 경우도 드물었고, 아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었던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15세 때는 사진 속의 내 얼굴조차 몰랐다. 첫 결혼 당시 태어난 두 아들이 어렸을 때는 이들의 얼굴을 기억하는 데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들이 점점 커지면서 알아보기 힘들어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다.
엘리노어는 “어느 날 개 그레이하운드를 산책시키는 동네 청년을 보고 ‘와, 저 개가 우리 개랑 똑같다’고 생각했고, 그날 오후에 당시 17살이던 아들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엄마, 그게 나였어’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자신의 증상이 아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혼 후 2000년 지금의 남편과 사귀면서 자폐증 환자가 등장하는 소설을 쓰기 위해 연구하던 중 자신의 특성과 매우 비슷한 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이후 병원을 찾은 엘리너는 53세가 됐을 때 비로소 자신이 ‘안면실인증’이라는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자신의 어머니도 평생 같은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도 알게 됐다.
안면실인증 원인은 유전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겪는 선천적인 경우와 뇌경색, 뇌종양, 치매, 알츠하이머병 등 뇌질환이나 자동차 사고와 같은 외상으로 안면인식을 담당하는 하부 후측두엽이 손상돼 발생한다.
안면인식장애는 안면실인증뿐만 아니라 얼굴을 기억하는 능력이 평균 이하인 경우도 포함될 수 있다.
얼굴을 인식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지만 안면실인증처럼 극단적이지는 않다. 예를 들어 새로운 사람의 얼굴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특정 상황에서만 인식의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할리우드 배우 브래드 피트, 배우 김수미, 오정세, 박소현 등도 안면실인증을 앓고 있다고 고백한 바 있다.
하이브 방시혁 연예기획사 의장도 안면인식장애를 앓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방 의장은 하이브 산하 레이블 애드어 소속 뉴진스 멤버들의 인사를 수차례 받지 않았다는 주장에 하이브 측이 안면인식 장애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