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가 다음 달 열리는 태국과의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를 임시 감독 체제로 치르기로 했다. 안팎으로 흔들리는 축구대표팀의 분위기를 다잡을 특급 소방관으로는 박항서(65)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황선홍(56)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이하 강화위원회)는 2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2차 회의를 열고 축구대표팀의 새 감독 선임 관련 전략을 수정했다. 지난 21일 열린 1차 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정혜성 강화위원장은 “임시 감독 체제보다는 정식 감독을 즉시 선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흘 뒤 2차 회의에서는 이 말을 뒤집었다. 3월 A매치 일정을 임시 감독으로 치른 뒤 6월 A매치를 앞두고 정식 감독을 선임하기로 했다.
강화위원회가 축구대표팀 감독 선임 방식을 바꾼 것은 속도 조절의 필요성 때문이다. 홍명보 울산 HD 감독, 김기동 FC 서울 감독 등 축구협회가 차기 대표팀 사령탑 후보로 올린 현직 K리그 감독의 경우 다음 달 1일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다. K리그 감독을 대표팀에 차출하는 것은 관련 규정상으로는 문제가 없지만 소속팀 입장에서 개막 직전 예상치 못한 감독의 대표팀 차출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협회 입장에서도 현직 감독을 제외한 뒤 해당 프로팀의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또 다른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게 부담이다.
이에 따라 평가위원회는 3월 21일(홈)과 26일(원정경기) 열리는 태국과의 A매치를 책임질 대표팀 감독 후보로 K리그 현직 감독을 배제하기로 했다. 임시 감독 후보로는 박항서 전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과 황선홍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을 우선순위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박항서 감독은 3월 A매치 상대인 태국을 잘 아는 지도자다. 베트남 대표팀을 이끌던 시절 각종 국제대회에서 지역 라이벌인 태국을 수차례 만나 경험을 쌓았다. 이에 대해 박항서 감독 관계자는 박항서 감독은 축구대표팀 정식 감독에는 일절 관심이 없다. 실력 있는 후배에게 지휘봉을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도 (태국과 맞붙는) 3월 A매치에 한해서라면 나라를 위해 봉사하고 싶은 뜻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박 감독의 단점으로는 MZ세대가 주축이 된 축구대표팀의 현 주축 멤버들과의 교류가 부족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베트남 감독 시절 선수들과 동고동락하며 아빠 리더십을 발휘한 데서 보듯 대표팀 분위기를 쉽게 장악할 수 있다는 기대도 적지 않다.
황선홍 감독은 현재 올림픽팀을 맡고 있어 대표팀 운영에 대한 감각이 생생하다는 게 장점이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아경기에서 24세 이하 선수들을 이끌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어린 선수들과 함께 생활하면서 이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하지만 파리 올림픽 준비 과정과 3월 A매치 일정이 상당히 겹친다는 것은 불안한 부분이다. 황 감독은 올림픽대표팀을 이끌고 4월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에 출전한다. 파리 올림픽 최종 예선을 겸해 열리는 이 대회에서 3위 안에 들면 파리행이 확정된다. 하지만 조별리그부터 일본 아랍에미리트(UAE) 중국 등 만만치 않은 국가들과 같은 조에 배정돼 방심은 금물이다. 김지수(브렌트포드) 배준호(스토크시티) 양현준 오현규(이상 셀틱) 등 올림픽대표팀의 핵심 전력을 이루는 해외파 선수들의 참가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A 대표팀과 올림픽 팀을 동시에 이끄는 것은 큰 부담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