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일본 엔화 환율이 올해 처음으로 심리적 마지노선인 150엔을 돌파하자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시장 개입에 나설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엔/달러 환율은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개장 초 1달러당 150.73엔을 기록했다. 엔화 환율이 1달러당 150엔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1월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지난해 11월 1달러당 151엔 후반까지 치솟았던 엔화 환율은 연준의 금리 인하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탈출 기대감에 힘입어 올해 초까지 140엔 수준으로 급락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비롯한 연준 관계자들이 조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잇따라 일축한 데 이어 일본은행도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되더라도 금융완화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엔화 환율은 상승세를 이어왔다.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는 이달 초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풀어도 금리를 빠른 속도로 올리는 모습을 상상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1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기대치를 웃돈 것이 결정적이었다. 실제로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1월 CPI가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했다는 발표가 나오자 엔/달러 환율은 단숨에 149엔대에서 1엔 이상 급등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면서 미일 금리차가 좁혀지는 시기가 늦춰질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엔화 환율은 어젯밤 1달러당 최대 150.89엔까지 치솟았다.
이로써 엔화 환율은 올 들어 6% 이상 떨어져 주요 10개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엔화가 향후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도 힘이 빠지는 분위기다.
나카무라 톰 AGF인베스트먼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그동안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 탈출 기대감으로 엔화 강세에 대비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일본은행은 금융정책 정상화에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엔화 강세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축소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본 금융당국이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개입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이날 엔화 환율이 150엔을 돌파하자 일본 정부는 즉각 구두 개입에 나섰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최근 엔화 흐름은 급격하다”며 “흐름의 일부는 펀더멘털과 일치하지만 나머지는 투기적”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365일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항상 돼 있다”고 강조했다. 블룸버그는 이 발언에 대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는 이어 스즈키 슌이치 일본 재무상도 간다 재무관의 발언에 힘을 보탰다고 전했다.
이구치 케이이치 레조나홀딩스 선임전략가는 “일본 당국의 구두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시장 참여자들은 경고의 강도를 평가해야 한다”면서 “시장 개입 우려로 투자자들 사이에서 일부 불안감이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약 9조엔을 들여 2022년 9월과 10월 달러를 팔고 엔화를 사들이는 직접 시장 개입에 나선 바 있다. 2022년 9월 일본 당국의 개입 이후에도 엔화 환율은 다음 달 10월 1달러당 최고 151.95엔까지 치솟았다. 당국이 두 차례 추가 개입에 나선 뒤에야 엔화 환율이 마침내 하락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