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반도체에 시총 1위 발목 잡혔다…

애플이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내줬다. 지난해 사상 첫 3조달러 기업에 이름을 올린 애플은 현재 시가총액 2조9752억달러로 MS(3조21억달러)에 글로벌 시총 1위 자리는 물론 글로벌 유일의 시총 3조달러 기업이라는 타이틀까지 내줬다.

애플 주가가 1년가량 횡보한 배경에 대해서는 다양한 분석이 제기된다. 외신 등 대부분 업계에서는 우선 애플 특유의 독과점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점을 꼽는다.


1년새 16% 증가한 서비스 매출 독과점에 낙담할까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현지시간) “애플의 성공을 이끌어온 ‘폐쇄적 생태계’가 이제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지난 3월 유럽에서 시행되는 디지털시장법(DMA)과 관련해 수수료를 인하하는 한편 앱 결제 체계를 변경하는 등 각국의 독과점을 피하기 위해 ‘생태계 개방 전략’을 펴고 있다.
독과점 문제는 애플 생태계에 조금씩 균열을 내고 있다. 애플이 독자적으로 구축한 ‘아이메시지’ 생태계가 대표적이다. 애플은 올해부터 3세대 문자 표준인 RCS(Rich Communication Suite)를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에 도입하기로 했다. 안드로이드 OS 개발사인 구글과 미국 빅테크의 IT 독점을 우려한 유럽연합(EU)의 합동 공격 때문이다.

애플은 그동안 애플 제품 간에는 ‘아이메시지’를 통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도록 했고, 애플 제품과 비애플 제품 간 문자메시지 전송 시에는 RCS 대비 몇 세대 늦은 SMS와 MMS 규격을 적용했다. 이 때문에 문자메시지 플랫폼을 활용해 아이폰에서 안드로이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낼 경우 저해상도 파일 전송만 가능했다.

애플의 서비스 생태계 독과점 와해는 주가에 상당한 마이너스 요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애플의 주요 항목별 매출을 보면 아이폰과 서비스(앱스토어 수수료 등) 항목을 제외하고는 1년 새 매출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실제 애플의 서비스 부문 매출은 2022년 3분기 191억8800만달러에서 223억1400만달러로 16% 이상 증가했다. 반면 맥(115억달러→76억달러), 아이패드(71억달러→64억달러), 액세서리 등 주변기기(96억달러→93억달러) 매출은 1년 새 줄었고 아이폰 매출도 426억달러에서 438억달러로 2.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애플의 사업부문별 매출 중 유일하게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 중인 서비스 매출이 독과점 이슈 등으로 감소할 경우 애플의 시가총액 3조달러 돌파는 앞으로 영원히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안드로이드 X86 진영 반격 애플칩 경쟁우위 흔들기
애플의 이 같은 주가 횡보가 반도체 설계 역량 때문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애플은 아이폰에 적용한 ‘A’ 시리즈와 맥북 등에 적용한 ‘M’ 시리즈와 같은 자체 제작 칩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 소프트웨어(SW)뿐 아니라 하드웨어(HW) 역량 또한 다른 제조사를 압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반면 최근 애플의 퍼포먼스를 살펴보면 이 같은 압도적인 칩 성능 우위가 점점 사라지는 모습이다. 실제 ‘아이폰15 프로’에 탑재된 AP ‘A17 프로’의 긱벤치 멀티코어 점수는 7194점으로 ‘갤럭시S24 울트라’에 탑재된 퀄컴 ‘갤럭시 향기 스냅드래곤 3세대’의 7249점보다 낮다. 싱글코어 점수는 여전히 A17프로(2890점)가 스냅드래곤 3세대 for 갤럭시(2300점) 대비 높지만 여러 코어를 활용해 동시에 연산을 수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퀄컴 AP가 애플 AP의 성능을 넘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참고로 스냅드래곤 3세대에는 8개의 코어가, A17 프로에는 6개의 코어가 각각 탑재됐다.

AP에 탑재된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도 퀄컴과 삼성이 설계한 칩이 애플 칩 성능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갤럭시S24에 들어간 AP ‘엑시노스2400’에는 삼성전자와 AMD가 공동 개발한 GPU ‘엑스클립스940’이 탑재됐는데 애플 칩 대비 그래픽 처리 성능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A17 프로는 스냅드래곤 3세대나 엑시노스2400에 비해 한 세대 앞선 3나노 공정으로 제작됐다. 애플 칩이 이 같은 공정상 우위에도 불구하고 삼성·퀄컴 칩과 비슷한 성능을 보인다는 점에서 칩 설계 능력에서는 안드로이드 진영이 애플 대비 앞서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지난해 9월 아이폰15 시리즈 출시 당시 AP 최적화 문제 등으로 ‘발열’ 논란이 있었다는 점에서 “애플답지 않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애플 맥북 시리즈 판매량이 계속 하락하는 이유도 칩 설계 역량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애플의 노트북 출하량은 지난해 3분기 기준 626만6000여 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애플 노트북의 시장점유율도 11.7%에서 9.7%로 2%포인트 하락했다. 애플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맥북 매출은 76억1400만달러로 전년 동기(115억800만달러)에 비해 크게 줄었다.

실제 애플이 지난해 4분기 내놓은 노트북용 칩셋 ‘M3’ 시리즈를 보면 애플의 칩 설계 역량이 정체됐다는 지적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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