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결정되면서 국내 최대 토종 OTT로 부상할 전망이다. 다만 합병을 위해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하는데 두 OTT 플랫폼의 규모가 커진 만큼 기관 측이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합병 이후 하나의 플랫폼이 되면 시장점유율은 32%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기준 점유율 38%를 기록한 넷플릭스와 매우 가까운 수치다. 극적 합병으로 불변의 1위 넷플릭스를 따라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스퀘어는 각각 자사 OTT 서비스 티빙과 웨이브를 합병하는 계약을 다음주 중 체결할 전망이다. 합병이 이뤄지면 CJ ENM이 최대주주가 되고 SK스퀘어는 2대 주주가 된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은 3년여 전부터 끊임없이 언급돼 왔다. 하지만 논의가 지지부진했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극적 타결에 성공한 것이다.
양사 합병의 주된 이유로는 영업손실 회복 및 최대 규모 이용자 수 확보가 꼽힌다. 티빙은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하락세를 보여왔다. 마찬가지로 웨이브도 2021년 558억원, 2022년 1213억원의 영업손실로 실적 악화를 겪고 있다. 특히 10월 기준 월간 활성이용자수(MAU)를 분석한 결과 쿠팡플레이 MAU가 527만명으로 1137만명을 기록한 넷플릭스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티빙은 510만 명을 기록해 근소한 차이로 2위 자리를 내주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플레이가 단독 스포츠 중계권과 SNL 등 콘텐츠를 제공하며 OTT 시장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키우고 있어 티빙과 웨이브 측은 초조할 수밖에 없는 입장일 것”이라며 “양사가 합병하면 쿠팡플레이를 훌쩍 넘는 이용자 수를 확보할 수 있어 콘텐츠 투자 다양화 등으로 영업손실 회복에도 힘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사는 수차례 합병 논의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 합병 체결을 눈앞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다만 양사 합병을 위해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해 공정위는 티빙과 시즌 기업결합심사를 승인한 바 있지만 당시 양사 합산 점유율은 18.05%로 점유율 1위였던 넷플릭스(38.2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티빙과 웨이브가 합병할 때 점유율이 약 32%에 달하기 때문에 공정위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또 공정거래법 지주회사 규정과 관련해서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 있다. 기업 합병을 위해서는 합병법인 1대 주주가 40%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한다. 즉 CJ ENM이 40% 이상 지분을 갖기 위해 지분을 추가로 인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는 이 과정에서 수 천억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가 합병 결정을 내렸다고 해도 공정위 심사와 지분 문제 등이 남아 있어 당장 합병이 이뤄지긴 어려울 것”이라며 “CJ ENM은 자회사, 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 요건을 지키기 위해 추가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