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달 70만원씩 5년간 적금하면 최대 5000만원의 목돈을 마련할 수 있는 ‘청년도약계좌’의 내년도 예산을 두고 당국과 국회의 의견차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정부가 만기희망적금을 청년도약계좌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면서 당국은 도약계좌 가입자 수를 높게 예측하는 반면 국회는 당국의 예측이 과도하다며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20일 금융위원회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2024년도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청년도약계좌 예산은 4999억9400만원으로 설정됐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정책을 홍보하는 홍보물 콘텐츠 제작 및 확산 등으로만 4억5000만원이 산출되고 기여금 지원과 인프라 구축에 각각 4890억4300만원과 104억4700만원이 집행될 예정이다.
청년도약계좌는 윤석열정부의 핵심 청년 공약으로 청년층의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6월 출시됐다. 지난 정부의 ‘청년희망적금’과 유사한 성격이지만 만기가 더 길고 납입한도가 더 높다. 중복 가입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난달 기획재정부는 내년 2월 만기 도래하는 희망적금을 청년도약계좌로 연계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위가 오기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기여금 산출 근거에 따르면 금융위는 희망적금 만기가 다가온 이들 중 70%가 넘는 약 143만6000여명의 청년들이 청년도약계좌를 연계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들에 대한 기여금 규모를 5261억원으로 정했다.
아울러 금융위는 2024년 월평균 청년도약계좌 가입자 수를 1~6월, 8~12월에는 7만명대로 예상했으나 7월에는 신규 소득자가 늘고 더 많은 사람이 적금에 들 것으로 예상해 예상 가입자 수를 15만명으로 높였다. 이로써 내년도 도약계좌 기여금으로만 6534억원의 예산이 확보됐다.
그러나 야당에서는 해당 예산의 집행이 과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도약계좌 신규가입자가 매월 감소 추세이고 청년희망적금 만기도래자 중 연계율, 중도해지 예상인원 등을 고려할 때 과다 계상됐으므로 854억원 감액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도 “기여금 소요액에 대해서는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적정 수요를 감안한 감액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당국은 자신들의 수요 예측이 합리적이라는 입장이다. 금융위 측은 “청년도약계좌는 매월 운영하는 점, 제도 개선, 홍보·안내 강화(가입절차 단축 등) 및 청년희망적금 가입자 대기수요 등을 고려할 때 가입자 수는 지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여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고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제출한 수준의 예산 유지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의견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이뿐이 아니다. 국회는 또 청년도약계좌가 희망적금 만기자에게 더 많은 이자를 준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정처는 “금융위 계획에 따르면 청년희망적금 만기수령액을 일시납입한 사람이 월별납입자와 동일한 금액을 만기까지 납입할 경우 총정부기여금은 월별납입자와 동일한 수준을 지원받게 되지만 이자의 경우 일시납입액 전부와 해당납입액에 대한 정부기여금에 대해 가입시점부터 적용받게 되므로 월별납입자보다 더 큰 혜택을 받게 된다”며 “일반가입자와의 형평성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청년도약계좌 수요가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미리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라며 “(청년도약계좌는) 선택권을 확대하는 차원이지 정책 형평성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