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선이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 변수가 될까.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대선에 따라 앞당겨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10일(현지시간) “연준의 통화정책에 대한 결정 변화는 대선이 있는 올해 정치적 주목을 받을 수 있다”며 “11월 대선이 예정됨에 따라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Fed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12개 연방준비은행, 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Fed의 통화정책을 놓고 행정부가 통제하거나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Fed의 통화정책이 선출직 공직자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경제 안정을 도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에서다. 행정부가 Fed의 정책에 관해 간섭하지 않았던 전통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 옅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제롬 파월 Fed 의장을 ‘적'(enemy)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Fed는 올해 말 금리 예상치를 기존 5.1%에서 4.6%포인트 낮춰 세 차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Fed는 구체적인 인하 시점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공화당 대선주자로 유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에 나서면서 Fed의 심기를 건드리는 발언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집회와 인터뷰를 통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너무 높다고 주장해왔다. 높은 금리로 불만을 표시하는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의 30년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지난달 말 기준 연 6.61%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5월 말(6.57%)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낮은 금리 수준이지만 연 4% 안팎이던 코로나19 이전 금리 수준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선 시 Fed가 통화정책을 더 완화하도록 압력을 가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파월 의장의 임기 만료 후 재지명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에 나서 Fed를 불편하게 하는 말을 계속 쏟아낼 수 있다”고 전했다.
월가 일각에서는 Fed가 선거에 따라 금리 인하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치에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마크로폴리시 퍼스펙티브스 수석 이코노미스트 로라 로즈너-워버튼은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Fed가 조만간 금리를 내리도록 부추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Fed의 통화정책에 대한 언급을 꺼리는 편이지만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높은 금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그는 최근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지 말고 안정적인 경제성장과 낮은 인플레이션을 위해 긍정적인 고용보고서가 나와야 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NYT는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고용시장이 강력하게 유지되고 있음에도 여전히 높은 물가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경제심리를 위축시키고 유권자들을 우울하게 하는 와중에 이어진 대선주자들의 발언은 큰 반향을 일으킬 것”이라며 “Fed는 계속 주목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Fed는 결코 정치가 통화정책에 영향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까지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였던 제임스 브래드는 “연준은 선거가 없는 해와 어느 해가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반례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진 2019년 트럼프 대통령 재임 시절 Fed가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해 2018년 인상분을 되돌린 사례다. 당시 Fed는 미국 경제가 강력한 성장세를 보이자 2018년부터 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과 큰 마찰을 빚었다. NYT는 “이를 두고 Fed가 트럼프 행정부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였다는 일부 경제학자들의 평가도 나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