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입주가 막 끝난 대구 시내의 한 아파트 단지. 이 아파트 단지도 수 천만원의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이 쌓여 있다.정인효 기자
‘미분양 무덤’으로 불리는 대구 지역에 최근 억대 마이너스 프리미엄 입주 아파트가 속출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다.
20일 대구지역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월 입주가 시작된 대구 수성구 A아파트는 110㎡ 기준 당초 분양가 확장비 등을 포함해 8억3,000만원대였다. 그러나 이날 부동산거래정보망을 통해 확인한 최저 매매가는 6억7,000만원대로 분양가보다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1억6,000만원인 매물이 매물로 올라왔다.
이 아파트는 7월까지만 해도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1억2,000만 정도였지만 입주기한이 다가오면서 마이너스 프리미엄 폭이 더 늘어난 것으로 보이며, 이 아파트의 1억원 이상 마이너스 프리미엄이 붙은 매물은 수두룩하다.
같은 10월 입주한 대구 중구 B아파트도 116㎡ 타입 분양권이 마이너스 프리미엄 1억2,000만원에 올라온 매물이 있고 99㎡형은 여러 매물이 마이너스 프리미엄 9,000만원에 나와 있다.
대구지역은 2021년부터 현재까지 분양했거나 입주한 아파트 단지 가운데 마이너스 프리미엄 5,000만원 이상 거래 중인 아파트가 20여곳이나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들 마이너스 프리미엄 아파트는 ‘분양 불패’로 유명해진 수성구는 물론 입지가 비교적 좋은 중구, 북구 등 대구 시내 전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대구지역은 최근 분양한 아파트 중 청약률이 저조하거나 고분양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입주지원금 등을 지원하는 방법으로 분양가의 10~25%를 할인하고 있지만 미분양 물량을 빠르게 소진하지 못하고 있다.
대구시 공동주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10월 말 현재 미분양은 1만376가구로 전국(5만8299가구)의 18%를 차지하고 있으며 악성 매물인 준공 후 미분양도 903가구에 달한다.
대구지역은 미분양 아파트가 2월 1만3987가구,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4월 1,017가구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많은 미분양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18일 부동산 R114가 제공한 올해 전국 아파트 공급물량이 13년 만에 가장 적은 23만여 가구였으며 대구는 청약경쟁률이 0.1대 1로 사실상 신규분양 ‘0’을 기록했다. 지역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대구지역에 공급된 신규 분양은 적정 입주물량을 훌쩍 넘어선 약 12만 가구로 공급 과잉이 큰 영향을 미쳤다.
대구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억대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은 급매물로 나왔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소진되겠지만 실수요자들은 아파트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여전히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며 장기 침체를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