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54)가 노벨문학상 발표 후 스웨덴 언론과 첫 인터뷰를 가졌다. 한강 작가는 인터뷰에서 “지금은 주목받고 싶지 않다”면서 “이 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스웨덴 공영방송인 스웨덴TV(SVT)는 13일(현지 시간) 한강 인터뷰를 공개했다. SVT는 한강 집에서 그를 만났고 인터뷰는 영어로 진행됐다. 이 인터뷰에서 한강은 “나는 평화롭고 조용히 사는 것을 좋아한다”며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다.
SVT 측이 “왜 축하하고 싶지 않았냐”고 묻자 한강은 “아니다. 아들과 함께 카모마일 차를 마시며 축하했다”며 “축하하고 싶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냐”고 반문했다. 이에 SVT 측이 “당신 아버지가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딸이 세계 상황(우크라이나 전쟁 등) 때문에 그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고 언급했다. 한강은 “뭔가 혼란이 있었던 것 같다”며 “그날 아침 아버지께 전화했을 때 아버지는 마을에서 사람들과 큰 잔치를 하려고 했는데 나는 그게 좋지 않아서 큰 잔치는 하지 말라고 했다”고 답했다. 이어 한강은 나는 조용히 있고 싶다. 세상에 많은 고통이 있고 우리는 좀 더 조용해야 한다. 그게 내 생각이니 잔치를 벌이지 말라고 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강은 노벨문학상 발표 직후 스웨덴 한림원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을 당시에 대해서는 인터뷰 때 농담인 줄 알았는데 결국 진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끔찍한 역사적 사건에 직면해 우리는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우리는 역사를 통해, 말을 통해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분명히 (끔찍한 일이) 반복되는 것 같다”며 “적어도 언젠가는 과거로부터 배울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인을 멈춰야 한다는 것은 우리가 배운 것의 매우 명확한 결론”이라고 답했다.
한강은 글을 쓰고도 때로는 무력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1년에 소설 한 편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 ‘작별하지 않겠다’를 완성하는 데 7년이 걸렸다. 시간을 갖고 계속 쓰고 있지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강은 현재 집필 중인 소설을 빨리 끝내고 노벨상 수락 연설문 작성에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한림원에서)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했다. 바라건대 지금 쓰는 짧은 소설을 이달이나 다음 달 초까지 마무리하고 그 뒤에 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