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프로그램’의 마지막 샘플이 배달 사고로 사라진 후 각기 다른 목적으로 그것을 얻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 서로 쫓고 쫓기는 이야기를 그린 추격 액션 스릴러.
-‘폭군’은 박훈정 감독이 제작보고회에 직접 밝히는 ‘마녀’ 시리즈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는 작품이다. 원래는 극장판 영화로 계획됐지만 보다 완벽한 스토리 전달을 위해 감독판에 가까운 형식으로 OTT 시리즈로 전환하게 됐다.
-폭군의 결론은 마녀 시리즈의 스핀오프라고 밝히길 잘했다는 점이다. ‘폭군’은 ‘마녀’ 시리즈를 좋아하는 팬층이 좋아할 만한 요소와 개성을 두루 갖췄다.
-폭력적이고 수많은 피가 튀는 고어 액션의 측면이 여전히 강한 가운데, 강력한 여주인공이 등장해 적을 처리하는 카타르시스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나마 ‘마녀’와 달리 국가정보국 간 첩보전의 묘미를 강화하고 무게감을 둔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엄청난 스케일을 키우려는 박훈정 감독의 야심을 느낄 수 있다.
-동시에 이 시리즈의 장점이 단점이 되기도 한다. 4화까지 보면 왜 이 작품이 극장이 아닌 시리즈를 선택했는지 대충 짐작이 간다. 수위 조절이 필요할 정도로 지나치게 잔인한 설정과 장면이 불필요하게 활용되는데, 이야기의 핵심적인 부분이 아닌 단순 에피소드적인 장면에도 굳이 이런 잔인한 설정을 둬야 했는지 의문이었다. (차경이 택시운전범죄 일당을 처리하는 장면)
-이는 박훈정 감독의 전작인 ‘VIP’와 각본을 쓴 ‘악마를 보았다’에 지적된 부분이다. 아무리 피가 튀어도 어느 정도 톤 조절이라는 게 있는데, ‘폭군’은 갈 때까지 가볼 생각이었던 것 같다. 때문에 ‘폭군’은 잔인한 장면과 엄청난 양의 피가 난무하는 장면이 불편하면 감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폭군의 가장 큰 성과는 한층 진일보한 액션 연출이다. ‘마녀’가 초인군단의 액션을 기반으로 한 것과 달리 ‘폭군’은 마지막 4회를 재회해서는 총기, 타격, 칼을 활용하는 역동적인 액션을 활발히 활용했다. 이미 ‘마녀’를 포함해 전작인 영화 ‘귀공자’에서 카타르시스가 넘치는 총기 액션을 선보인 이력을 생각해보면, ‘폭군’은 이 둘을 아우르는 엄청난 액션을 선보인다. 후반부 ‘폭군’만의 초인 액션이 등장하는데, ‘마녀’의 액션보다 더 잔인하고 파괴적이며 매우 어둡고 같은 세계관이지만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고자 했다. 시리즈만의 뚜렷한 개성이 담긴 볼거리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마녀’와 ‘폭군’은 할리우드 못지않은 한국 대표 SF 액션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마녀’가 주인공 구자윤 자매(김다미, 신시아)의 캐릭터를 돋보인 것과 달리, ‘폭군’은 주인공 최자경(조윤수)을 포함해 세 캐릭터의 개성을 극대화한 점도 눈에 띈다. 최자경의 야수 같은 잔인성에 다중인격을 지닌 캐릭터라는 설정은 박훈정이 지금까지 완성한 캐릭터 중 가장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시종일관 혼자 다니며 무표정한 표정을 짓지만 계속 혼잣말을 하는 자경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웃음을 자아낸다. 엄청난 액션에 무게감까지 지닌 조윤수의 열연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하게 했고, 김다미, 신시아 못지않은 어마어마한 물건들이 등장했음을 느끼게 했다. 제작보고회 언급처럼 세 사람이 만나고 만나는 모습을 꼭 봐주셨으면 좋겠다.
-여기에 잔인한 액션을 선보이며 존댓말을 사용하는 청소부 임상(차승원), 모든 사건의 출발점이면서 지능적인 면에 엄청난 자존심을 가진 최국장(김선호), 검은 머리의 외국인의 정석을 보여주며 미국으로 대변되는 세계 권력의 면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폴(김강우) 등 모두 매력적이고 뚜렷한 개성을 지닌 캐릭터들이다. 캐릭터의 개성이 더욱 강화됐다는 점에서 ‘폭군’이 OTT로 간 또 다른 장점이 아니었나 싶다.
-돌이켜보면 ‘폭군’은 ‘마녀’가 그랬던 것처럼 다소 만화, 웹툰에서 본 듯한 설정과 캐릭터의 향연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시리즈 특유의 잔인한 장면과 함께 다소 유치하게 느껴지는 부분을 싫어한다면 볼썽사나울 것이다. 그래도 그 덕분에 지금의 젊은 관객들이 ‘마녀’를 좋아했기 때문에 ‘폭군’ 역시 그대로 좋아할 것으로 생각된다. 한 번쯤은 대한민국에도 마블, DC처럼 뚜렷한 개성과 세계관을 가진 만화 같은 시리즈물이 나와도 좋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