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던 택시에서 투신했다가 따라오던 차량에 치여 숨진 경북 포항 여대생 사망 사건과 관련해 택시기사와 SUV기사가 1심에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대구지법 포항지원 형사1단독(송병훈 부장판사)은 28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치사)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 A(66)씨와 SUV기사 B(43)씨에게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3월 4일 오후 8시 51분쯤 포항시 북구 영일만대로에서 발생한 여대생 택시 투신 사망 사건에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조사를 받고 기소됐다.
숨진 여대생 C(20) 씨는 사건 당시 택시기사와의 의사소통 문제로 자신이 납치된 것으로 오해해 A 씨가 몰던 택시에서 투신했다가 뒤따르던 SUV 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경찰은 택시 내부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조사한 결과 C씨와 A씨가 목적지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이 잘못된 것을 확인했다. 실제 택시기사는 ‘보청기’를 착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판결문에 따르면 C씨는 이날 오후 8시46분께 KTX 포항역에서 A씨 택시를 타면서 “D대학입니다”라고 말했지만 A씨는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E대학 기숙사입니까?”라고 물었다. C씨도 A씨의 말을 확실히 듣지 못하고 “네”라고 답했다.
이 때문에 택시기사 A씨는 E대 방면으로 차를 몰았고, C씨는 택시가 자신이 모르는 길을 과속까지 하면서 달리자 겁이 나서 “아저씨, 저 좀 내려주시겠어요”라고 A씨에게 말했다.
하지만 A씨는 청력 문제와 차량 소음 등으로 이 말을 듣지 못한 채 계속 택시를 몰았고, 이에 자신이 납치된 것으로 오해한 C씨는 메신저로 남자친구에게 불안감을 호소한 뒤 택시에서 뛰어내렸다.
도로 2차로에 떨어진 C씨는 뒤따라 달리던 SUV 차량에 치여 숨졌다.
검찰은 택시업에 종사하는 A씨가 청력 관리를 소홀히 하는 등 업무상 과실로 인해 C씨를 숨지게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고, B씨도 과속과 전방 주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이들을 기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는 포항역에서 C씨의 목적지를 E대학으로 인식하고 정상 도로로 운행했다. A씨 입장에서는 C씨가 무서워 주행하는 택시에서 뛰어내릴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B씨도 당시 상황에서 C씨를 발견해 사고를 회피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이들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해 무죄를 각 선고하고 B씨에 대한 판결 요지를 공시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