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나잇하고 사라진 239명…
말레이시아항공 MH370(B-777) 여객기가 쿠알라룸푸르에서 중국 베이징을 향해 이륙했다. 승객 227명과 승무원 12명을 태운 이 항공기는 오전 1시 19분 조종사의 굿나잇 말레이시아 370이란 교신을 끝으로 인도양으로 항로를 변경한 뒤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MH370은 말레이시아와 베트남의 경계를 지날 때 레이더 상에서 사라졌다. 당국은 연료 고갈로 호주 서쪽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추정하고 중국 및 호주와 공조해 3년에 걸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거대한 기체와 탑승객 수백 명 전원이 송두리째 사라진 사상 최악의 미스터리한 항공기 실종 사건이다.
◇1800억원 돈 들였지만…추락 장소·시간 모두 밝힌 적 없다
당초 MH370에는 약 7시간 반 정도 비행할 수 있는 연료가 탑재됐다. 이에 지상 착륙이 아닌 바다 추락을 추측했다. 남부 태평양에서 광활한 인도양 해저를 샅샅이 뒤졌지만 동체도 찾지 못했다. 수색에는 미국이 지원한 650만달러(당시 약 84억원)를 비롯해 18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됐다.
결국 2017년 1월 말레이시아 당국은 ‘원인 불명’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국이 수색을 포기함에 따라 이 사건은 미해결 사건으로 남게 됐다.
2018년에는 미국 해저 탐사업체 오션 인피니티가 독자적으로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이번에도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하고 수색을 중단했다. 지난해 8월에는 호주 서부 해변에서 거대한 원통형 물체가 발견돼 MH370의 잔해라는 추측이 나왔지만 이는 인도 인공위성 파편으로 밝혀졌다.
2022년 11월에는 항공기 랜딩기어 도어 잔해가 발견됐다. 지난 2017년 마다가스카르의 한 어부가 해변에서 처음 발견했는데, 미국 관계자에 의해 발견되기 전까지 5년 동안이나 빨래판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됐다. 그러나 이마저도 수색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테러·자살비행설 등 각종 음모론 불거져
MH370에 탑승한 승객 중 2명이 분실한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두 인물이 테러를 감행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지만 단순 밀입국자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말레이시아 당국은 항공기가 고의로 항로를 변경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객기 항로 변경이 자동 순항 모드로는 구현할 수 없는 움직임으로 기장 또는 부기장이 인위적으로 방향을 틀었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해 복수의 매체는 조종사의 자살 비행이 원인이라고 가설을 세웠다. 물증은 존재하지 않지만 조종사의 마지막 교신이 당초 좋다. 굿나잇(All right, good night)으로 알려진 것과 달리 당국이 굿나잇 말레이시아 370(Good night Malaysian three seven zero)이라고 밝혀 기장이 자신이 운행 중인 여객기 MH370에 보내는 인사였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기도 했다.
모든 것이 정황증거일 뿐 확실한 물증은 없다. 말레이시아 정부도 MH370 사고기 조사 최종보고서에서 자살 비행 가능성은 낮다고 결론 내렸다.
지난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다큐멘터리 ‘MH370: 비행기 실종 사건’에서는 미군 또는 러시아가 연루됐다는 음모론을 다루기도 했다.
◇10년 만에 수색 재개 의지, 실종 원인 밝혀질까
말레이시아 정부는 4일(이하 현지시간) 호주 멜버른에서 열린 아세안-호주 정상회의에서 안와르 총리는 말레이시아항공 370편(MH370)에 대한 질문에 수색을 재개해야 한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가 제시되면 기꺼이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앤서니 로케 교통장관 역시 ‘MH370 실종 10년 행사’에서 미국 해저탐사업체 오션 인피니티와 수색작업에 대해 논의한 뒤 호주 정부에 합동수사를 요청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가디언 등 외신은 사고 당시 자하리 아흐마드 샤 기장이 공범과 함께 비행기를 납치했을 가능성 외에 수많은 가설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오션 인피니티 측은 “MH370 발견으로 이어질 만한 새로운 증거를 얻었다”며 말레이시아 정부에 재수색 허가를 요청했다. 당국은 오션 인피니티를 말레이시아로 초청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